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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5-03-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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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공이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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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오기라기보다는 인생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동쪽에서 불타오르는 태양을 보고, 서쪽에선 수채화 같은 저녁노을을 감상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종합해운 물류그룹 팬스타 김현겸(64) 회장은 부산항이 한눈에 보이는 사무실에서 포부를 밝혔다. 60대 중반에 들어섰지만 막 사업을 시작하는 열혈청년의 모습이다.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그의 사무실 왼쪽으론 오사카를 오가는 크루즈선 팬스타드 우리은행 모기지론 서류 림호가 정박한 채 승선작업이 한창이었고, 오른쪽에선 그의 인생작인 크루즈선 팬스타미라클호가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크루즈계의 신화를 쓰고 싶다는 일념뿐이다"며 "이제 팬스타미라클호가 K-크루즈 산업을 선도할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 회장은 일본의 3대 해운사도 성 은행 대출시 필요서류 공 못 한 크루즈 산업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크루즈 사업 성공을 위해선 '나만의 크루즈선'을 확보하는 것이란 결론을 냈다. 그 결과가 팬스타미라클호였다. 2022년 1,000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투자해 한국형 크루즈 건조에 닻을 올린 것이다.
1,000억 원 투입된 '인생작' 팬스타미라클
팬스타미라클호는 국내에 서브프라임대책 서 건조된 최초의 크루즈 페리다. 단순한 여객선이 아닌 고급 크루즈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총톤수 2만2,000톤, 길이 171m, 폭 25.4m, 102개 객실에 승객 35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멋진 배를 직접 짓고 싶었던 그는 미라클호를 통해 그 꿈을 실현 중이다. 계열사 팬스타테크솔루션이 선박 별내지구 아이파크 설계를 했고, 건조도 일본이나 대형 조선소에 맡기지 않고 향토기업 대선조선에 맡겼다.
그는 "팬스타미라클호는 모든 선측 객실에 발코니가 설치되어 승객들이 바다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야외 수영장과 조깅 트랙, 연회 공간, 작은 테마파크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국내 최초로 디젤 엔진에 전기모터와 발전기 기능을 추가한 친환경 하이 전기세 브리드 추진 방식을 도입해 연료 소모와 배출가스를 크게 줄였다"고 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2년 팬스타드림호를 도입해 객실을 고급화하고 식사와 공연을 즐기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한국형 크루즈를 선보이면서 시장을 선도해 왔다. 팬스타미라클호가 운항을 시작하면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를 오가는 것 외 국내 해역을 여행하며 항만도시와 인근 도시 관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연안 크루즈를 접목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미 팬스타 그룹은 국내 선사 최초로 부산항 원나잇크루즈를 시작으로 오사카크루즈, 남해안크루즈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크루즈산업의 싹을 틔웠다. 오사카크루즈는 연 150만 명을 넘겼고, 원나잇크루즈는 연인원 2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해양관광상품으로 성장시켰다.
신혼집 저당 잡혀 사업 시작
"팬스타미라클호는 작년 10월에 조립을 마치고 선체를 물에 띄우는 진수식을 했고, 현재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입니다. 3월 말 시험 운항 후 인도받으면 오는 4월 오사카 엑스포 개막에 맞춰 부산~오사카 정기항로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선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한국해양대 입학을 준비했지만, 시력이 입학 기준인 0.8에 미달해 원서조차 낼 수 없었다. 성균관대 토목과로 진로를 바꿨다. 대신 무역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해 해운을 공부했다.
졸업 후 화물 운송 중계 회사를 거쳐 1990년 회사 동료 몇 명과 서울 무교동에 팬스타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다. 경기도 군포의 신혼집을 저당 잡히고 마련한 2,000만 원 포함, 5,000만 원이 밑천이었다.
하지만 신생 회사를 믿고 선뜻 화물을 내주는 기업은 없었다. 컨테이너 화물이 있는 무역회사 사장 집을 알아내 밤늦게 귀가하는 사장을 붙잡고 부탁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1990년대 후반 어느새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포워더 회사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2000년 운송시장에 진입하려 했지만, 국내 8대 선사들의 카르텔을 극복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아이디어를 낸 것이 화물과 승객을 동시에 싣는 카페리 사업이었다. 당시 국내에 카페리를 운영하는 선사가 없었다.
주변에서는 '컨테이너선보다 10배나 비싼 카페리를 도입해 운항하는 것이 무모하다'고 말렸지만, 2002년 2월 팬스타그룹의 1호 카페리선인 2만2,000t급 '팬스타드림호'를 사들였다.
성균관대 산악부 출신인 김현겸 회장은
순항하다 리먼 사태 만나 어려움 겪기도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화주들이 카페리를 낯설어한데다 선사 경력이 전혀 없었던 탓에 화물을 내주지 않았다. 화물칸이 텅텅 빈 채 출항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한 번 운항할 때마다 수천만 원씩 손해가 발생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적자를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왕복 150차례 운항하면서 결항률 제로(0)를 기록하자 고객의 신뢰가 쌓였다.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과 일본 주요 기업들이 하나 둘 화물을 맡기면서 승승장구했다. 결국 뚝심으로 밀어붙여 팬스타드림호 취항 1년6개월 만에 이익을 냈다.
김 회장은 제대로 된 크루즈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2008년 팬스타허니호라는 크루즈 전용선을 도입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때마침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치면서 선박 연료비가 치솟고, 엔고까지 겹쳐 선박 리스비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최대 채권자인 일본 '리베라그룹'이 팬스타를 믿고 '채무를 모두 갚을 때까지 기다려 주겠다'고 하면서 기사회생했다. 팬스타의 열정에 전적인 신뢰를 보낸 것이다.
김 회장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 카페리 팬스타써니호를 중국 코스코에 팔고, 크루즈전용선 팬스타허니호도 패널티를 물면서 매도인에게 반환해 재기할 자금을 마련했다. 곧바로 회사 경영도 수익구조로 전환됐다.
그는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붕정만리 기불탁속鵬程萬里 飢不啄粟'이라는 글귀를 되새긴다. '큰 새는 먼 길을 날아가는 도중에 배가 고파도 좁쌀은 쪼아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지 말고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면서 의연하게 큰길을 가자는 게 좌우명이라고 했다.
"큰 결정 할 때마다 금정산 올라"
팬스타그룹은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이했다. 1990년 팬스타엔터프라이즈라는 포워더(운송주선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고속 페리를 이용한 해상운송을 중심으로 제조, 무역 분야 11개 계열사를 둔 그룹으로 성장했다.
김 회장은 한국무역학회 부회장, 대한민국해양연맹 총재를 역임했다. 해군참모총장ㆍ해수부장관 출신들이 맡던 자리를 민간인 출신으론 처음으로 맡기도 했다. 현재 한일의원연맹 자문역을 맡고 있는 그는 팬스타그룹의 매출 5,000억 원, 장기적으로 1조 원 돌파를 위한 미래 전략을 두고 고심 중이다.
성균관대 산악부 출신인 그는 "인생의 큰 결정을 할 때는 반드시 금정산을 오른다"고 했다. 홀로 산행하면서 사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산을 통해 얻은 오랜 삶의 교훈이라고 했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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